화이트 와인 꽃향 7, Part 2: 와인 테이스팅 팁 & 꽃 네 종류

화이트 와인 꽃향 7, 파트 1 에서는 와인에서 꽃향기가 나는 이유와 함께 장미, 재스민, 엘더플라워 세 가지 꽃향기를 살펴봤다.

이제 파트 2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7가지 꽃향 중, 은방울꽃, 오렌지꽃, 인동초, 아카시아 를 만나보고, 또한 화이트 와인의 꽃향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팁도 함께 소개한다.


화이트 와인 꽃향기

저마다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생각치 못한 반전 스토리도 있는 네 가지 꽃들이다.

은방울꽃 (Lily of the Valley)

와인 꽃향기 은방울꽃

은방울 꽃은 특히 웨딩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꽃인데, 그레이스 켈리, 케이트 미들턴 등 세기의 신부들이 선택했던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플로리스트로서 은방울 꽃을 소재로 작업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만, 동시에 늘 긴장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줄기가 워낙 가늘고 약한데다, 시즌이 짧고 공급 물량이 상당히 한정적인 편이라, 주문이 확정되어도 실제로 꽃이 샾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와인에서 이 은방울 꽃향기의 주역은 리날로올(linalool)이라는 테르펜 화합물이다. 재스민이나 오렌지꽃 향기에도 담겨있는 성분이지만, 은방울꽃에서는 좀 더 시원하고 풋풋한 방향으로 표현된다.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에서는 장미, 리치 향과 함께 어우러져 봄날 같은 생동감을 더하고, 피노그리(Pinot Gris)에서는 과실향 위로 잠깐 떠올랐다 사라지는 맑고 가벼운 향으로 나타난다.

화려하게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와인 전체의 분위기를 봄날처럼 싱그럽고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꽃향이다.

오렌지 꽃 (Orange Blossom)

와인 꽃향기 오렌지 꽃

와인에서의 이 꽃향은, 정확히 오렌지 꽃 하나만을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비슷한 시트러스 꽃향의 범주를 아우른다 할 수 있다. 레몬 꽃이나 귤 꽃등의 아로마로 굳이 구분해 낼 필요없이, 일반적으로 청량한 시트러스 향을 담은 신선하고 화사한 흰 꽃향을 대표한다 하겠다.

오렌지 꽃에 들어있는 화합물들은, 정확히 같은 형태로 특정 품종의 포도 껍질에도 존재해서, 와인에서의 이 꽃향은 아주 부드럽고 섬세하며, 꿀 처럼 감미롭고 화사하다. 하지만 그 아래로 은은하고 쌉싸름한 뉘앙스가 있어 달콤함이 과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시트러스와 플로럴 향은 각각 차례로 오는 게 아니라, 이렇듯 하나로 어우러지며 다가온다.

오렌지 꽃향 또한 포도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오니에(Viognier)는 인동덩굴 꽃향과 함께 오렌지 꽃향이 아주 풍성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와인이다.

이탈리아에서 모스카토로 불리는 뮈스카(Muscat) 와인에서는, 뮈스카 품종의 특성인 포도 본연의 달콤한 향과 함께 화려하게 표현된다.

리슬링(Riesling)에서는 이 향이 더 또렷하고 정교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리슬링의 높은 산도는 오렌지 꽃향을 맑고 청량하게 느끼게 해주고, 이 꽃향이 갖는 달콤함은 리슬링의 산미를 날카로움이 아닌 생동감으로 다가오게 한다.

반대로 토론테스(Torrontés) 와인에서는, 마치 만개한 꽃을 보여주듯, 보다 풍부하고 매혹적인 꽃향으로 나타난다. 화이트 버건디(샤르도네)와 그리스의 아시르티코(Assyrtiko) 에서도 이 향을 종종 찾을 수 있는데, 미네랄리티 아래 자리한 은은한 꽃향으로 표현된다.

인동초 (Honeysuckle)

와인 꽃향기 인동초꽃

한국에서는 인동초, 서양에선 허니서클(honeysuckle) 이라고 불리는 꽃이다.

늦봄에 피는 덩굴 식물로 작은 관 모양의 꽃에 담긴 꿀이 달콤하고, 향은 따뜻하고 부드러워 먹고 싶은 느낌이 들게한다.

이곳 북캘리포니아의 우리집 테라스 한켠에는 인동초(허니서클) 꽃이 가득하다. 크림색과 진분홍 꽃들이 이른 봄부터 피기 시작해서 여름까지 오랫동안 이어지는데,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덩굴 꽃이다.

허니서클 꽃향은, 향이 풍성한 비오니에 와인에서 아름답게 나타난다. 꽃향기의 달콤함이 와인의 살구, 복숭아등의 과실향과 잔 안에서 잘 어우러지며, 크리미한 부드러움과 함께 피어난다.

프랑스 알사스와 독일 모젤의 리슬링(Riesling) 와인에서는, 시트러스와 미네랄 향에 잘 어우러진 허니서클 향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루아르(Loire) 밸리의 부브레(Vouvray)와 사브니에르(Savennières) 지역의 잘 숙성된 슈냉 블랑(Chenin Blanc) 와인들에서는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허니서클 꽃향을 만날 수 있다.

아카시아 (Acacia)

와인 꽃향기 아카시아

아카시아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무이다. 그래서 와인 테이스팅 시간에 이 꽃향 이름이 나오면 이곳 사람들에겐 금새 이해되지 않는 향인 듯하다.

하지만 북미의 동부 지역을 포함해서 유럽이나 한국에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종종 볼 수 있는 나무로, 어렸을 적, 아카시아 꽃을 따서 입에 넣었을때 달콤하고 향긋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와인에서는 실제 꽃향과 느낌은 같지만 보다 섬세하게 표현되서, 더 정제되고 크리미하며, 진한 무게감 없이 우아함을 더하는 꽃향기이다.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중 소아베(Soave)에서의 아카시아는 시그니처 향이기도 하며, 베르디키오(Verdicchio) 와인의 리제르바 버전에서는 섬세한 허브, 쌉싸름한 아몬드 향과 함께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카시아 향이 가장 고결하게 피어나는 와인은 단연 잘 만들어진 화이트 부르고뉴일 것이다.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샤르도네에서 아카시아는 향의 중심을 이루며, 훗날 와인이 나이 들어가며 보여줄 궁극의 복합미인 ‘꿀과 숙성 향’으로 가는 길목을 우아하게 표현한다. 여기에 정제된 허브 뉘앙스 흰 꽃인 산사나무 꽃(호손 hawthorn)이 아름다운 결을 더해, 화이트 부르고뉴 특유의 클래식하고 구조감 있는 우아함을 완성해 낸다.

언젠가 흰꽃이 활짝 핀 아카시아 나무를 지나게 된다면 잠시 멈춰서 그 향을 깊이 마셔 보면 어떨까. 그 향의 기억이 와인 테이스팅 테이블에서 즐거운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다.

화이트 와인 꽃향기, 더 잘 즐기는 법

온도와 시간

화이트 와인 꽃향기는 상당히 섬세해서, 와인의 온도는 그 향기를 살리거나 잃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너무 차갑게 서빙하면 아로마가 열리기도 전에 닫혀 버리고, 반대로 너무 따뜻하면 꽃향기는 밋밋해지면서 신선함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온도라 하면, 충분히 차갑지만 얼음처럼 차갑지는 않은 상태로, 산도는 살아있을 만큼 시원하고, 꽃향기는 열리기 충분한 정도의 차가움이 좋다. 향이 닫혀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찬 경우엔, 글래스에 따른 후 몇 분 기다리면 꽃향이 피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숙성에 따른 꽃향기의 변화

레드 와인의 꽃향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며 변모하는 것과 달리, 화이트 와인의 꽃향기는 변화보다는 서서히 옅어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화이트 와인의 꽃향기를 이루는 휘발성 화합물들은 숙성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 찾아온다. 꿀, 밀랍, 토스티한 뉘앙스, 그리고 더 깊고 풍성한 복합미로의 변화들이다.

와인은 숙성과 함께 다른 단계로 접어들지만, 그 단계에는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푸드 페어링

꽃향기가 뚜렷한 화이트 와인은, 그 싱그러운 무게감에 맞는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

가벼운 해산물 요리, 신선한 염소 치즈를 비롯한 부드러운 소프트 치즈, 시트러스 드레싱의 샐러드, 그릴에 구운 생선이나 담백한 로스트 치킨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페어링이다.

또한, 가볍게 향신료가 들어간 요리와도 자연스러운 친화력이 있어서, 살짝 단맛이 있는 오프 드라이 리슬링이나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태국 음식이나 베트남 음식과 좋은 조합이기도 하다. 와인의 은은한 단맛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고, 꽃향기가 요리의 향긋한 허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진한 소스나 묵직한 육류 요리는 추천되지 않고, 와인이 가진 섬세한 꽃향기를 가리지 않는 구성의 페어링이 좋다.

와인 잔 안의 꽃밭

꽃잎 한 장 없는 와인 글래스 안에, 꽃향이 담겨 있고 꽃밭이 있다.

화이트 와인의 꽃향 파트 1과 이번 2편을 통해 소개한, 일곱 가지 화이트 와인 꽃향기에 대한 이해가, 와인을 좀더 새롭게 경험하게 해주는 좋은 시작이 된다면 좋겠다.

향을 맡는 것과 알아가는 것은 다른 것이다. 처음엔 그저 좋은 향이었던 것이, 이름을 알고 나면 말을 건네오기 때문이다.

다음에 비오니에나 소비뇽 블랑등을 만난다면, 글래스 안에서 꽃향을 찾아보면 좋겠다. 향을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와인은 조금씩 더 자신을 드러내고 테이스팅에서의 즐거운 경험은 쌓여갈 것이다.

와인의 꽃향기 이야기는 레드 와인 잔에서도 피어난다. ▶ 레드 와인 꽃향 6 가지, 파트 1

Wine. Flowers. The Art of Living Well.
© VinFloria · All rights reserved.


VinFloria의 와인 저널을 구독하시고, 새 글 발행 알림을 받아보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owered by 워드프레스닷컴.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