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방문, 준비할 것은?

녹색 포도밭 풍경이 가득한 와인 산지 여행. 이곳에서의 와이너리 방문은 기대되고 설레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설레임 속에 기대되면서도, 때론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마음의 부담이 있을 수도 있고, 첫 와이너리 방문이라면 긴장이 될 수도 있다.

와이너리 방문을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미리 챙겨보면 좋을 준비 사항부터 에티켓, 필요한 정보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살펴볼까.

테이블 위에 샴페인 병과 샴페인 잔들이 정돈되어 놓여있는 샴페인 볼랑제 테이스팅 룸.

넌빈티지에서 프레스티지 퀴베까지, 샹파뉴 산지 아이(Aÿ) 마을에 자리한 메종 볼랑제에서의 테이스팅. 산지를 직접 찾아가고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 와인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 Photo © VinFloria


와이너리 방문, 체크 리스트

잘 준비된 방문 계획은, 와이너리에서의 경험을 더욱 빛나게 한다.

대형 와이너리 vs 부티크 와이너리

대형 와이너리는, 대부분 웅장한 건축물, 세련된 서비스, 잘 짜여진 테이스팅 코스를 제공한다. 체크인하고 테이블로 안내되고, 와인이 순서대로 따라지면서 설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분업화되어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맞춰 물 흐르듯 진행된다.

이런 전문적인 응대와 흐트러짐 없는 안정감은 큰 와이너리들이 갖는 장점이다. 하지만 때론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여야함이 있어 대화 주제도 진행 시간도 여유가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부티크 와이너리는, 그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으로 가끔은 멋지고 훌륭한 외관을 갖추지 못한 와이너리일수도 있다. 규모가 작아 하루 방문객이 거의 없거나 적다는 점은 누군가에겐 강점이 되기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방문객을 응대할 인력이 제한적이다보니, 체크인 할때 맞이하는 사람 혹은 와인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그 와이너리의 오너이기도, 와인을 만드는 와인메이커인 경우도 있다.

포도 재배나 와인 양조에 깊이 관여된 이에게서 직접 와인 설명을 듣는다는 것은, 사실 작은 와이너리들의 가장 큰 강점 중에 하나로, 와인 애호가에겐 반갑고 영광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이들과의 대화속에서 때로는 일반적인 정보로는 알 수 없었던 와인 생산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유대와 친밀감을 나누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일반적인 특징의 차이를 이해하고, 방문할 와이너리를 선정해 보면 좋겠다.

하루에 방문할 와이너리

오전 오후 각 한 곳씩 두 곳,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최대 세 곳까지 계획하길 추천한다. 와이너리들이 보통 10시 전후에 오픈해서 4시 반 정도면 마감하기 때문에, 지나친 일정은 시간때문에 서두르게 되고, 어느 한 곳에도 여유롭게 머물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와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고 나 또한 일 때문에 방문하는 경우엔, 사실 하루에 더 여러 곳의 와이너리를 들러야 할 때도 있다. 캘리포니아든 유럽이든, 각 와이너리에 들러서 알아봐야 할 어떤 목적이 있고, 오랜 경험에서 온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우라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한” 방문이라면, 두세 곳이 딱 맞는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와이너리 방문이라면, 되도록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방문하고 기억에 남을 와이너리는,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며 와인을 음미했던 그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약, 복장, 그리고 향수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편이어서, 홈페이지에서 방문 시간과 어떤 종류의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와이너리들이 포도밭과 셀러를 포함해서 전체 와이너리 투어를 먼저 하고 와인 테이스팅을 진행했었다. 유럽 산지들은 지금도 이렇게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특히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는, 최근들어 보통 테이스팅만 진행되는 편으로, 와이너리 전체 투어는 제공을 안하기도 또는 따로 예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예약 인원수를 넣을 때, 테이스팅은 참여하지 않지만 테이블에는 같이 앉을 수 있는 넌드링커(non-drinker) 또는 지정 운전자(designated driver) 할인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복장은 크게 상관없지만 보통의 외출복 정도면 되고, 예약에 따라 자갈길, 잔디밭, 혹은 포도밭을 걷게 될 수도 있고, 와인 저장고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서늘할 수도 있으니, 편한 신발과 가벼운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 향수를 뿌리는 편이라면, 와이너리 방문 하는 날 만큼은 평소보다 아주 옅게 뿌리거나 그날 하루 만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테이스팅 시간에 우연히 어느 분이 옆에 자리했는데, 잔을 들 때마다 와인 향보다 그분의 향수가 먼저 올라와서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와인 향을 즐겨야 하는 곳에서 내 향수로 그 공간을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타인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에티켓이자 배려가 될 것이다.

커피나 마늘, 강한 양념은 생각보다 입안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 더군다나 테이스팅 바로 앞 시간에 하는 식사라면, 한번쯤 생각해서 되도록이면 향이 진하지 않은 담백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테이스팅할 와인들과 곁들일 간단한 음식들이 같이 올려진, 와이너리 방문의 테이스팅 테이블
나파밸리 죠셒 펠프스 (Joseph Phelphs Vineyards) 와이너리에서의 와인 테이스팅. 간단한 음식과 함께 진행되는 테이스팅 프로그램 예. | Photo © VinFloria

테이스팅 룸에서

체크인을 하면 테이블로 안내받는다. 와인 글래스와 물, 입안을 헹궈줄 크래커가 준비되어 있고, 호스트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날의 라인업을 소개하며 와인을 따라주는데, 이런 테이스팅 룸에서의 진행 과정은, 한번 알게되면 금새 익숙해지는 부분이다.

따라진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둔 채 우선 가볍게 돌려주면 와인 아로마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잔을 코 가까이 가져가 향을 맡아본다.

그리고 잔을 손에서 가볍게 돌려 다시 한번 맡아보면, 처음엔 없던 향들도 느껴진다. 새로운 향이 나타나거나, 부드러워지거나 하는그 변화들이 와인을 끝없이 흥미롭게 하는 이유이다.

어떤 향이 있는지 감지해 볼 수 있어도 좋고, 그렇지 못해도 전혀 상관 없다. 그저 그 향들을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치 작곡가를 몰라도 처음 듣는 음악에서 감동 받을 수 있듯 와인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한 잔 한 잔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감각을 키워가게 한다.

그리고 담당자가 전해주는 와인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다시 한번 그 향들을 와인에서 찾아보고 즐겨본다. 테이스팅에서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으니 궁금한 건 무엇이든 물어봐도 좋을 것이다. 테이스팅 담당자들은, 방문객들을 시험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이야기와 궁금증들을 함께 나누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다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 뱉는 컵(spit cup)은 바로 그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혹시 테이블에 없다면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도 전혀 실례가 아니다.

테이스팅 중 마음에 드는 와인이 있다면, 라벨 사진을 찍어두거나 정보를 기록해 두는 것도 좋다.

와인 클럽

테이스팅할 때 많은 와이너리들에선 와인 클럽 정보를 제공한다. 가입해야하는 부담은 전혀 없지만, 어떤 건지 알아둘 필요는 있다.

와이너리마다 차이는 있지만 와인 클럽의 일반적인 혜택으로는, 구매 시 10~25% 할인, 무료 테이스팅, 신규 빈티지 선공개, 멤버 전용 이벤트 초대등이 있다. 그리고 와인샾에서는 찾기 힘든 소량 한정 와인들이 클럽 멤버들에게만 제공되기도 한다.

와인클럽 정보를 받고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 될 때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 곳 와인들을 연 2~4회 정기 배송받으며 즐기고 싶고, 이곳 행사들에도 참여하고 싶은가?

가입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당연히 좋은 결정일 수 있다. 일반 방문객들으로선 만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그들의 특별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신이 없다면, 그것도 또한 좋은 선택이 된다. 이럴때 “좀 더 생각해 보겠다”는 적절한 대답이 될 것이다.

와인 클럽은 언제라도 준비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

떠나기 전

테이스팅이 끝난 뒤, 와이너리 주변을 잠시 돌아보고 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건축물과 정원, 가까이서 본 포도나무, 이 모두는 테이스팅과 함께 선명하게 오래 남는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에는 보통 와인샾이 자리해 있다. 생산하는 모든 와인이 와이너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그들의 샾에서만 판매하는 와인들이 있고,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라면 전체 라인업이 와인 클럽 멤버들에게만 제공되기도 혹은 그 와이너리에서만 구입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곳 저곳으로 유통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생산되고 잘 보관되어 있던 와인을 그 곳에서 직접 구입해 오는 것도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그 와인을 오픈한다면, 그 와인 한잔은 그날의 햇살과 와이너리에서의 시간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줄 것이다.

수확철이 다가온 포도밭의 잘 익은 레드 포도 품종
곧 와인으로 탄생할 포도들 | Photo © VinFloria
수확철이 다가온 포도밭의 잘 익은 화이트 포도 품종
포도밭을 보는 즐거움 | Photo © VinFloria

와이너리 방문, 200% 즐기기

와인 산지로의 여행은, 테이스팅 룸을 방문하고 그곳의 로컬 와인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산지의 포도밭도 잊지말고 들러보길 추천한다. 몇 년 후 우리의 와인 잔에 담길 와인이 지금 포도그루에 매달려 건강히 자라고 있는 그 포도들이기 때문이다.

방문 시기에 따라 포도밭의 사계절을 담아 올 수 있어서, 봄이면 앙상한 나무에서 작고 여린 초록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자라날 모습에 비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연약한 모습이다.

여름이 되어가면 잎이 가득해지고 포도 송이가 영글어간다. 어느덧 베레종(véraison) 시간도 오는데, 이 시기는 포도가 익어가며 색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기이자, 제대로 익어가고 있음을 색감으로 보여주는 정직한 신호와 같다.

가을이 되어 수확이 다가오면 레드 포도는 빛깔이 깊어지고, 흰 포도의 녹색 빛은 엷어진다. 추수가 끝나고 와이너리들마다 발효가 진행되는 9월, 10월 무렵이면 와인 산지에는 술 빚는 향내가 가득하다. 효모의 따뜻한 발효 내음이 온 포도밭과 마을 구석 구석을 휘감으며 산지 전체가 술 익어가는 마을의 정서를 전한다.

11월 무렵 포도밭에는 고운 단풍빛이 내려 앉고, 포도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이 되면, 포도나무의 원래 구조를 볼 수 있는 시기다. 구불구불하기도, 거친 표면을 갖고 있기도 한 포도나무의 굵은 줄기들에는 세월을 견딘 성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와인은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하지만 포도밭에 서서, 한 해가 지나가는 포도 나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직접 와인 산지를 찾아온 사람만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일 것이다.

약간의 긴장과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첫 와이너리 방문, 앞으로의 많은 방문들이 즐거움으로 이어져 가길.

Wine. Flowers. The Art of Living Well.
© VinFloria ·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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