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두통의 원인 & 해소 방법은?

“다른 술은 다 괜찮은데, 유독 와인만 마시면 너무 두통이 심해.”

내가 와인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시절, 친구가 대화 도중 불쑥 꺼낸 말이었다. 그녀는 잘 알려진 유럽의 와인 산지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는 미국 테크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이다.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 건 벌써 꽤 오래 전 일로, 나도 그 친구도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꽃의 매력에 이끌려 컬리지의 플로럴 디자인 과정에 등록했었다. 같은 과정을 밟게 된 우리는, 미국 플로럴 디자인 경연 대회에도 함께 출전했었고 같이 입상도 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와인 두통이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유명 와인 산지가 고향인 친구가 와인 두통이라니. 이 뭔가 아이러니한 고백에 그 친구도 나도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었다.

당시 와인 업계가 지목한 와인 두통의 주범은 단연 아황산염(sulfites)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그때의 상식을 따라 아황산염 때문일 거라고 그녀에게 답했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상식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을 바꾸어 왔다. 이러한 최근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와인 두통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와인 두통으로 머리에 손을 대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남성

와인 두통의 원인

와인병의 뒷 라벨에는 “Contains Sulfites(아황산염 성분 함유)”라는 문구가 또렷이 경고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한 문구로 모든 와인 두통의 원인을 특정짓기라도 하듯. 하지만 이제 다른 원인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황산염에 관한 오해

먼저 이 부분부터 정리해야 할 듯하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아황산염에 실제로 민감한 사람은 매우 드물고, 그나마 그 반응도 두통이 아니라 천식이나 두드러기 같은 호흡기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예를 들어볼까. 한 줌의 말린 살구에는 레드와인 한 잔보다 최대 열 배 많은 아황산염이 들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말린 살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황산염이 와인 두통을 일으키는 진짜 원인이었다면, 건과일 코너에도 경고문이 붙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아황산염이 극소수에게는 여전히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논외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들에게 찾아오는 와인 두통의 원인은 이보다는 다른 요소들에서 기인한다.

햇빛이 만든 역설, 퀘르세틴

하지만 이 퀘르세틴이 와인에서 알코올과 함께 체내에 들어오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처리하는 효소(ALDH2)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한다.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게 되어, 안면 홍조, 메스꺼움, 그리고 빠르면 30분 이내에도 두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포도는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 깊은 풍미를 갖게 되고, 그 햇빛은 건강에 좋은 항산화 성분인 퀘르세틴도 만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히스타민과 타닌

퀘르세틴이 와인 두통의 원인 중 가장 새롭게 주목되는 강력한 요소라면, 히스타민은 오래전부터 한 원인으로 거론되어왔다.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성분인 히스타민은 특히 레드와인에 많은데, 최근 연구에서는 히스타민과 두통의 관련이 일관성 있는 결과로 귀결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절기마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와인 속 히스타민 성분은 이미 가득 찬 컵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또한 레드 와인의 떫고 묵직한 질감을 만드는 타닌도 원인이 된다. 타닌은 이에 민감한 사람의 체내에서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서 혈관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글래스가 테이블에 놓여있고 뒤쪽으로 와인병이 세워져있다. 와인 두통 해소를 위한 고찰.

와인 두통: 레드 vs. 화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한 잔이 두통을 불러올 때, 소비뇽 블랑은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가 뭘까.

그 답은 양조 과정에 있다. 화이트와인은 포도를 짜낸 뒤 껍질을 거의 바로 제거하는데 비해, 레드와인은 발효 과정에서 껍질과 포도액을 며칠에서 몇 주까지 함께 담가둔다. 이 긴 침용 과정에서 짙은 루비색과 타닌, 그리고 퀘르세틴이 껍질에서 추출되고, 레드와인의 더 긴 발효 과정 동안 히스타민도 더 많이 담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레드와인 한 잔에는 화이트와인보다 훨씬 많은 성분들이 담기게 되고, 두통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와인 두통에 관한 오해

와인 두통에 대한 조언은 늘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조언이 따를 만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진통제에 관한 오해

와인을 오픈하기 전에 미리 진통제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미리 덜 아프게 한다는 것이 왠지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의학적으로는 사실 위험하다.

진통제 성분과 알코올이 동시에 간에 도착하면 간이 두 배의 부담을 지게 되고, 이것이 습관이 되면 간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디캔팅에 관한 오해

디캔팅을 한 시간 정도 하고 마시면 두통 성분이 진정된다고 믿는 것도 하나의 오해이다. 디캔팅은 꽉 닫혀 있던 타닌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잠들어 있던 향을 깨우고, 닫혀 있던 와인을 서서히 열어가는 과정이다.

히스타민이나 퀘르세틴은 와인의 구조 자체에 짜여 있는 성분이기에 공기와 만난다고 증발하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디캔팅은 와인을 잘 즐기기위해 유용한 방법일 뿐이다.

네 명이 와인 글래스를 손에 들고 건배를 하고 있다.

와인 두통 예방법

와인 두통 해소에 좋은 방법들은 사실 특별한 것이라기 보다는, 큰 차이를 만들어 주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몇 가지 습관들이다.

첫 잔을 따르기 전

먼저 물 한 잔을 마신다. 너무 단순하게 들리지만,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알코올과 히스타민은 생각보다 빠르게 체내의 수분을 빼앗고, 그러한 탈수 자체가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가벼운 와인

특정 와인에서 반복적으로 두통이 온다면, 다른 와인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퀘르세틴은 포도가 받는 직사광선에 비례해 축적된다. 햇볕을 강하게 받은 산지의 와인일수록 퀘르세틴이 높은 편이므로, 이를 고려해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껍질에서 두통 유발 성분들이 덜 추출되는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와인도 좋은 선택이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몸의 부담은 줄어들기에, 와인 라벨에서 알코올 도수를 항상 확인하며 선택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실 때

언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와인의 작용이 달라진다. 빈속에, 잠이 부족한 날, 스트레스가 쌓인 한 주의 끝에 마시는 한 잔은 어떤 성분이든 그 영향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반대로, 넉넉한 식사와 함께 느긋하게 기울이는 한 잔은, 같은 와인이라도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를 주게 된다.

와인 두통에 관한 고찰, 와인 잔에 레드 와인이 따라지고 있다.

알고 즐기는 와인

우리는 이제, 와인 두통을 야기하는 원인들이, 아황산염에 관한 단순한 경고문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포도밭의 햇빛, 양조의 과정, 그리고 우리 몸의 생화학 반응들. 과학은 아직도 이들의 연결고리를 풀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는 와인을 좀더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오래전 와인 두통을 호소했던 친구에게는, 이 글이 내가 했던 답변에 대한 유용한 업데이트가 되길.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조금 더 알고 이해하며 맛보는 와인, 더 깊은 즐거움을 주는 와인, 여유로움 갖게하는 와인 시간이 되기를.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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